Company
교육 철학

코딩 강의와 AI 때문에 개발자 취업이 힘든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재인 이유

이해했다는 착각의 늪과 AI 시대의 학습

학습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한다.
강의 영상을 보다가, 책의 설명을 읽다가, 문득 “아, 이제 이해했어!”라는 감각이 드는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착각의 시작일 수 있다.

이해했다고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인지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해 착각(Illusion of Competence)’**이라 부른다.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고, 예제 코드가 문제없이 실행되면 뇌는 금세 자신이 내용을 온전히 습득했다고 속는다.
그러나 그건 단순히 ‘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일 뿐, 내 머릿속에 정착한 지식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직접 안 보고 구현할 수 없다면, 그건 아직 내 것이 아니다.
강사와 같은 코드를 따라 치고, 입력값을 바꾸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진짜 내 것이 되려면 빈 화면에서 다시 처음부터 짜낼 수 있어야 한다.

멘토링과 포트폴리오에서 본 현실

나는 지금까지 300명 가까운 학생을 취업준비 이력서,포트폴리오 멘토링했고, 또 수백 개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했다.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때로는 상용 게임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세련된 그래픽, 복잡한 시스템, 멋진 연출이 돋보인다.
하지만 정작 면접에서 단순한 2차원 배열 값 채우기 문제나
기본적인 경우의 수 처리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즉, 겉으로는 화려한 포트폴리오지만, 안으로는 기초 논리와 구현력의 빈틈이 크게 보인다.
그리고 이 간극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실력의 격차로 드러난다.

AI 시대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여기에 더해, 지금은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다.
간단한 스크립트는 물론이고, 게임 시스템 전체를 AI가 설계·구현하도록 시킬 수도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논리적인 사고나 코딩 능력이 없어도 게임을 만드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밍 학습의 의미는 무엇일까?
AI가 코드를 대신 써줄 수 있다면, 인간은 무엇을 배우고 훈련해야 할까?
단순한 구현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논리를 검증하며, 결과물을 평가하는 힘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즉, 코딩 자체보다 코딩을 바라보는 사고 방식이 더욱 핵심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 것이 되는 과정은 고전적이다.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하나 있다.
학습은 결국 스스로 재현하고 응용할 수 있을 때 내 것이 된다.
1.
암기 – 단순히 코드를 외운 상태 (착각 단계)
2.
이해 – 동작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상태 (반쯤 내 것)
3.
재현과 응용 – 안 보고 구현하고, 변형하고, 새로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상태 (진짜 내 것)
AI 시대일수록,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통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옳은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얻은 확신

멘토링과 포트폴리오 검토를 거치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이해했다고 내 것이 아니다. 따라쳤다고 내 것이 아니다.
빈 화면에서 혼자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것이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에도 이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AI가 대신 짜준 코드를 이해하고, 필요에 맞게 변형하고, 오류를 발견하고, 더 나은 구조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여전히 인간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분기점

AI는 이제 단순한 코드 자동 생성기를 넘어, 전체 게임의 구조나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따라서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게임을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 변화는 개발자를 두 가지 부류로 나누고 있다.
1.
AI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사람
직접 모든 코드를 짜지 않더라도, AI를 도구처럼 사용해 빠르게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창업이나 프로토타이핑에 강하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현실화하고 시장에 던지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
자기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AI 없이도 문제를 정의하고, 설계하고, 코드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취업과 팀 개발에 강하다.
복잡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AI가 만들어낸 코드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AI는 분명 개발자의 영역을 넓혔지만, 동시에 실력의 갈림길을 더 분명히 만들었다.
AI를 활용하는 힘은 창업과 빠른 실험에 유리하다.
스스로 구현할 수 있는 힘은 취업과 장기적인 커리어에 유리하다.
두 가지 모두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든, “이해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맺음말

학습의 길에는 수많은 착각이 존재한다.
특히 “이해했다”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줄 수 있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더욱 사고력과 검증력을 훈련해야 한다.
책을 덮고, 강의를 끄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자.
그때 비로소 우리는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진짜 ‘내 것’을 얻는다.